20일 오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스파르탄버그 메리어트 호텔.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70)가 승리 확정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오르자 지지자 2000여 명은 휴대전화로 그의 모습을 찍으며 이렇게 외쳤다. 가슴이 벅찬 듯 숨을 크게 고른 트럼프는 “USA!”를 따라 외친 뒤 “중국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외쳤다. 트럼프는 “승리는 아름다운 것이다. 반드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연승은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승자독식제가 일부 적용된 이날 경선에서 공화당 대의원 50명 중 44명을 트럼프가 가져갔다. CNN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경선 참여자 중 52%는 공화당에 ‘정치적 배신’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문제, ‘이슬람국가(IS)’로 상징되는 테러 위협 등에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 97%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남부의 공화당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면서 공화당 주류 후보로 부상하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지역은 복음주의 기독교 신도가 전체 인구의 72%일 정도로 보수적 공화당 색채가 강한 곳이다. CNN 출구조사에서 복음주의 신도로부터 트럼프는 33%를 얻어 부친이 복음주의 목사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세·27%)을 제쳤다. 경선 직전 자신을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수치스럽다”는 막말을 했는데도 기독교 유권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겐 뉴햄프셔보다 공화당 본산 중 한 곳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승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위 자리를 놓고 난립했던 공화당 주류 후보들이 마코 루비오(45)와 크루즈로 정리되면서 트럼프의 경쟁력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3)의 중도 하차로 공화당은 ‘1강2중’의 3파전이 됐다. 공화당 주류층에선 루비오와 크루즈의 합종연횡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둘 중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 트럼프 대세론을 꺾겠다는 것이다. NYT는 비교적 온건한 루비오가 공화당 주류의 선택을 받아 결국 ‘트럼프 대 루비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트럼프-샌더스라는 극단 구도가 형성됐을 때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출마하게 되면 트럼프에게는 호재가 된다.
한편 트럼프는 경선 전날인 19일 유세 도중 “애플을 당분간 거부한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만 쓰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테러 용의자들의 아이폰을 잠금 해제할 수 있도록 정부에 협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데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는 애플과 삼성의 휴대전화를 모두 쓰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이날 발언을 아이폰을 이용해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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