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던진 첫 마디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동안 위기감이 컸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인들은 화낼 권리가 있다. 하지만 진짜 해결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이 기득권에 대한 ‘분노’에 기댄 유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공격한 것이다.
CNN은 “네바다의 승리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네바다 주 경선은 클린턴에게 ‘정치적 방화벽(firewall)’이었다. “여기서 지면 끝”이라는 말도 나왔다.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에게 참패한데 이어 네바다에서마저 질 경우 대세론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샌더스가 히스패닉이 많은 이곳에서 이겼다면 ‘샌더스 대세론’이 들불처럼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던 두 사람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경선 직전 47% 대 46%로 1%포인트까지 좁혀져 힐러리 킴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폭스뉴스가 18일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샌더스가 3%포인트 차로 역전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클린턴은 전국 유권자의 인구학적 구성과 비슷한 네바다에서 승리하면서 꺼져가던 대세론의 불씨를 겨우 살려놓았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여성과 흑인 표에서 승부가 갈렸다. 흑인 유권자의 76%가 클린턴에게 몰표를 줬고,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에게 타격을 준 여성표도 이번엔 클린턴의 몫이 됐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클린턴에게 유리하다. 27일 4차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흑인 인구가 27.8%로 미국 전체 평균(13.2%)의 두 배를 넘는다. 흑인 지지를 받는 클린턴이 이곳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대승하면 전체 판세를 가르는 3월 1일 ‘슈퍼화요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클린턴은 텍사스를 포함한 15개 슈퍼 화요일 경선 주 대부분에서 앞서고 있다. 슈퍼화요일 경선이 끝나면 대의원의 25.6%가 결정된다. 이후 판세가 뒤바뀐 경우는 거의 없었다. 클린턴은 전현직 상·하 의원과 주지사 등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 712명 가운데 430여 명을 이미 확보해 놨다. 샌더스가 확보한 슈퍼대의원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샌더스는 네바다 경선 패배를 인정하면서 “기성 제도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모멘텀을 가지고 있고, 7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서 정치혁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공약의 실현성을 의심하는 주류층의 공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샌더스는 민주당 정권의 경제자문을 맡았던 경제학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앨런 크루거를 비롯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4명의 학자들은 샌더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샌더스 주장을 따른다면 진보적 경제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공화당 후보들의 비현실적 주장에 맞서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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