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출신 국가들이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련의 붕괴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됐지만 사회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부패가 만연해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에서 ‘서방세계가 몰도바를 잃으려고 한다’는 제목으로 현재 몰도바 국민들은 부패 등의 이유로 유럽연합(EU)과 가까운 현 집권 정부가 물러나고 빨리 총선에 돌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인구 430만 명 정도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3000달러(246만~369만 원) 정도에 불과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2014년 11월 몰도바 은행 3곳에서 의심스러운 대출이 발생했고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10억 달러가 사라졌다. 문제는 10억 달러 증발에 블라드 필라트 전 총리(2009~2013년 재임)가 연루됐다는 점이다. 필라트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체포됐고 수도 키시네프에서는 거의 매주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몰도바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정부에 만연했던 부패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현 정권이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에 가깝고 이들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서방국가들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FP는 “만일 유럽연합이 현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서방국가들은 몰도바를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현 정부의 교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원하고 있다.
같은 소련 출신으로 서방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부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부패한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아이바라스 아브로마비추스 경제개발부 장관들이 부패를 비난하며 사임했으며 함께 일했던 차관들도 잇따라 물러났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경제 개혁을 주도하던 아브로마비추스의 경제팀은 와해됐다. 아브로마비추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골적 부패를 가리는 방패가 되거나 옛 권력의 방식으로 공공 자금을 통제하려는 자들을 위한 꼭두각시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의 대사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개혁에서 진정한 성과를 낸 아브로마비추스 장관의 사퇴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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