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합의에도… 불씨 남은 ‘브렉시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캐머런 “EU 내 특별지위 타결”… 英국민투표 6월 23일로 확정
보수언론은 “작은이득” 평가절하… 여론 혼전속 찬반캠페인 막올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하느냐 탈퇴하느냐를 묻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 실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영국 사회는 치열한 찬반 논쟁과 캠페인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는 20일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EU 개혁 협상 합의안을 논의한 뒤 국민투표 일정을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합의로 EU 내에서 영국에 “특별한 지위가 부여됐다”며 “영국은 절대 ‘유로존’이나 ‘유럽 슈퍼국가’의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4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영국을 회원국으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한 EU 개혁안에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EU 이주민 복지 혜택 제한은 7년간 ‘긴급 복지 혜택 중단’으로 타결됐다.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시티를 유로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보호하며 향후 EU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 군사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속하더라도 영국은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을 위해 영국이 지출한 구제금도 되돌려 받게 된다. 영국 의원 55% 이상이 반대하는 EU 의회의 규제는 입법이 제한될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 협상안에 대해 “브뤼셀(EU)에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수 언론은 “본질과 상관없는 작은 이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단체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의 매슈 엘리엇 대표는 “캐머런이 약속한 33가지 가운데 3개만 얻었다”며 “협상으로 얻은 것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정말 한심한 합의”라며 “EU 탈퇴라는 황금 기회를 잡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의 보수당 내부도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BBC는 장관 22명 중 6명이 EU 탈퇴 지지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330명의 보수당 소속 의원 중 ‘EU 탈퇴’를 지지하는 사람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 등 50명이며 ‘잔류’ 지지를 선언한 사람은 100명가량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을 비롯해 보수당 정치인의 절반가량은 입장을 유보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EU 잔류 캠페인에 가세했다. 영국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경제연구센터는 “6월 23일 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6.3∼9.5%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머런 총리는 실각 위기를 맞고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EU의 미래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영국#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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