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보리스 존슨, 브렉시트로 갈라선 ‘흔들린 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16시 41분


“보리스는 위대한 정치인이고, 내겐 환상적인 친구입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슈에서 만큼은 그가 틀렸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50)는 23일 오후 통신기업 O2 본사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중고교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52)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6월23일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존슨 시장이 22일 EU(유럽연합) 탈퇴 지지를 선언하면서 브렉시트 진영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는 현 권력과 미래 권력을 상징하는 두 사람이 브렉시트를 앞두고 정치적 생명을 건 진검 승부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방송 스카이뉴스는 ‘데이비드와 보리스가 ’카인과 아벨‘이 돼 버릴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두 사람의 흔들린 우정을 성경에 나오는 형제간 살인 사건에 비유했다. 두 사람은 영국 최고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 동문이다. 둘 다 옥스퍼드대 고위층 자제들의 비밀 사교모임인 ‘벌링든 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다. 남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이 클럽은 난봉에 가까운 음주 파티로 악명이 자자하다. 졸업 이후 말끔한 외모의 캐머런 총리는 정계에 입문했고 헝클어진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존슨 시장은 기자가 됐다.

존슨이 보수당에 발을 들인 이후엔 줄곧 같은 정치 노선을 걸어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존슨 시장을 차기 외무장관에 임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08년 취임한 존슨 시장의 임기는 5월에 끝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존슨 시장이 22일 캐머런 총리에게 EU 탈퇴 지지 결정을 문자로 통보하자 캐머런 총리가 격노했다고 전했다. “존슨 시장이 총리 직 욕심 때문에 나라를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존슨 시장이 EU 탈퇴 지지를 선언하자 외환 시장에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는 6월23일 투표에서 캐머런 총리가 패배할 경우 존슨 시장이 총리 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엔 보리스 시장의 정치적 미래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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