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폐쇄’ 밀어붙이는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것”… 수감자 이송 계획안 의회 제출
공화 반발… 민주 일부의원도 반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필요악’과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미국의 수치’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아온 미 해군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미 정부가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붙잡은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해온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계획을 23일 의회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여기에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미국의 13개 지역에 이송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테러 용의자 91명이 수감돼 있다. 이 중 35명이 다음 달부터 다른 나라로 옮겨질 예정이어서 미국 본토로는 50여 명이 이송된다. 미 정부는 캔자스 주 레번워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군교도소 등 미국 내 13개 지역의 수감 시설로 이들을 보낼 계획이다.

미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비로 4억5000만 달러(약 5600억 원)를 썼으며, 수용소를 폐지하면 연간 6500만∼8500만 달러(약 802억∼1049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2008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임기 중에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의회의 다수인 공화당은 수용소 폐쇄가 테러범들을 체포·관리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현재 미국 법으로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본토로 이송하고 새 시설에 수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미국으로 테러범들을 데려오는 일에 대해 의회 전체가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바마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관타나모 수용소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의원 중에도 관타나모 수감자의 본토 이송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콜로라도)은 이미 콜로라도 주 플로렌스 교도소에 일부 테러범이 수감돼 있음을 지적하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2002년 1월부터 가동된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5년 교도관들이 고의로 이슬람교의 경전인 꾸란을 밟거나 물에 적시는 ‘꾸란 모독’ 행위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수감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고문이 자행됐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수감자 중에는 9·11테러 기획자 중 한 명인 칼리드 샤이크 무함마드(파키스탄),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원 출신인 아흐메드 우마르 압둘라 알 히키미(예멘), 알카에다 선전국장을 지낸 알리 함자 알 발룰(예멘) 같은 ‘거물급 테러범’이 포함돼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관타나모#오바마#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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