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하루 연기

우여곡절 끝 가장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 스타트
오늘 예정됐던 전체회의 개최 시간, ‘초안 회람 24시간 검토’ 절차 이유로 내일로 연기
러시아 요구로 일부 내용 수정한 듯 만장일치 채택 예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일 오후 3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2일 오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절차상의 이유로 회의 시간을 2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3일 0시)로 변경했다.

유엔 관계자는 “결의안 최종안을 회람한 뒤 24시간 동안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이사국의 의견이 제기돼 회의 시간이 연기됐다. 그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최종 결의안은 러시아를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모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만장일치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3차 북핵 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는 모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번 결의안 채택이 한국 시간으로 3일 채택되면 북한의 핵실험 도발(1월 6일) 이후 57일, 미사일 발사(2월 7일) 이후 25일 만이다. 안보리는 2006년 1차 핵실험 때는 5일 만에, 2009년 2차 핵실험 때는 18일 만에, 2013년 3차 핵실험 때는 23일 만에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엔 시기가 훨씬 늦어진 셈이다. 하지만 그 강도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안보리가 가한 제재들 중 가장 강력하다’(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관계자는 “이번 결의안은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로는 6번째, 제재 결의로는 5번째”라며 “이처럼 제재 이행 의무화 조항이 많은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전문 12개항, 본문 52개항 및 5개의 부속서로 구성돼 역대 대북 제재 결의안 중 가장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안은 △북한의 모든 화물 검색 △항공유 수출 금지 △광물 거래 차단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다양한 조치를 담고 있다. 정찰총국 국가우주개발국 원자력공업성 등 단체 12개를 비롯해 핵·미사일 개발 핵심인물도 제재 대상으로 추가됐다. 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한 북한 외교관은 추방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이 제재안 초안에 합의했지만 러시아가 “검토할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결의안 채택이 늦어졌다. 러시아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관심사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27, 28일 잇달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제재안 내용을 집중 협의했다. 그만큼 러시아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사항이 약간 바뀌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변경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중국은 결의의 관련 내용을 착실하고 철저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