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모유수유’ 美대선 이슈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2016 美 대선]격려해준 샌더스에 여성들 지지
과거 “역겹다”발언 트럼프엔 역풍

지난달 25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장에서 모유 수유를 하며 환호하는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 사진 출처 브래드퍼드 페이스북
지난달 25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장에서 모유 수유를 하며 환호하는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 사진 출처 브래드퍼드 페이스북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의 ‘유세장 수유 사진’이 보도되면서 공공장소에서 모유(母乳)를 수유할 권리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샌더스의 유세 현장에서는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지지자들 속에서 환호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속 주인공은 세 아이의 엄마인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와 그의 6개월 된 막내딸 하퍼였다.

브래드퍼드는 이 사진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아기가 배가 고파 수유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사진에 찍혔다. 유세가 끝난 뒤 샌더스 부부가 다가와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엄마의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freetheniffle(#젖꼭지에 자유를)’이란 해시태그를 단 이 글은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할 권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나흘 만에 6000여 명이 해당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고, ‘버니를 위한 가슴(Boobs for Bernie)’이라는 지지 캠페인 구호도 등장했다. 샌더스도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사회가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을 혐오해선 안 된다”는 글을 올려 힘을 실었다.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할 권리는 미국 사회에선 주요한 이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의 한 백화점 직원이 모유를 수유하던 엄마에게 “화장실에 가서 먹이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젖가슴을 드러내는 행위는 혐오감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유타 주에서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여론은 엄마들 편이다. CNN은 “브래드퍼드의 페이스북에서 여성들이 모유 수유 경험담을 공유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샌더스는 이 사건으로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과거 모유 수유 혐오 발언을 한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역풍을 맞았다. 그는 2011년 플로리다 부동산 개발 건과 관련해 증언 녹취를 하던 중 자신이 선임한 여자 변호사 엘리자베스 벡이 모유를 수유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구역질이 난다. 역겹다’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미국#대선#샌더스#모유수유#공공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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