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정서 강해지는 샌프란시스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벤처기업 우후죽순… 집값 오르고 교통체증”
美서 가장 비싼 임대료 감당못해… 소득 높은 벤처 직원에 박탈감도

자유와 낭만의 도시란 이미지에 실리콘밸리와 가까워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반(反)기업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8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이나 기업에 애정이 많다. 자동차산업이 강한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프로농구팀이 피스턴스(자동차부품), 맥주 양조업 비중이 큰 밀워키의 프로야구팀이 브루어스(맥주 양조업자)란 이름을 쓰는 것도 이런 문화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주민들, 이른바 ‘샌프란시스칸’들의 상당수가 벤처기업은 오히려 생활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지나친 혜택을 받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NYT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 임차료가 중간 값 기준으로 3500달러(약 424만 원)로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이 일부 교사를 상대로 조사한 데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집값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고교 교사인 데릭 타이넌코널리 씨는 “세입자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산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 직원을 위한 셔틀버스가 대중교통 정거장에 맘대로 설 수 있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주민들은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데도 애로를 겪는다며 불만이 높다.

벤처기업 직원들과 일반 주민들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충돌이 적지 않다. 중학교 교사인 헬러나 코다 씨는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속앓이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다 씨는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교사를 때려치우고 우리 업계로 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벤처기업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불쾌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저스틴 켈러라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부자들은 (물가가 비싼) 도시 안에서 살 권리를 얻은 사람들이다. 출퇴근길에 노숙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일 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샌프란시스코#반기업정서#벤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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