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3일 터진 ‘파리 테러’의 주범이었던 살라 압데슬람(26·사진)이 18일 오후 벨기에에서 생포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유럽 ‘이슬람국가(IS)’ 잠복조직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압데슬람은 130명이 사망한 파리 테러의 주범 9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127일 동안 경찰 포위망을 따돌리고 도주했던 ‘유럽 제1의 수배범’이다. 그가 붙잡힌 곳은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구역에 있는 고향의 부모 집에서 불과 450m 떨어져 있어 유럽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직후 승용차를 타고 벨기에로 도주하는 동안 경찰의 검문을 유유히 통과했다. 경찰의 대대적 수색에도 4개월간 잡히지 않자 시리아나 모로코로 달아났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벨기에와 프랑스 경찰은 이달 15일에야 그의 행방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브뤼셀 몰렌베이크 인근 포레스트 지역에서 의심스러운 아파트를 순찰하다 압데슬람의 지문이 묻은 유리잔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압데슬람의 부모 집에서 450m 떨어진 한 아파트에서 피자 주문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8일 오후 5시경 급습했다. 조력자 3명과 함께 현장에 있던 압데슬람은 체포 과정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으나 중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부 장관은 “압데슬람이 은신하도록 도와준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압데슬람의 생포로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은 IS의 파리 테러 전모뿐 아니라 유럽 내 IS 조직의 은신처나 잠복 조직원의 실체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19일 “압데슬람의 체포는 유럽 내 IS에 큰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압데슬람이 프랑스 경찰에서 조사받도록 벨기에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프랑수아 몰랭 파리 검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압데슬람이 11월 13일 파리 북부 교외 생드니에 있는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자폭할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고 벨기에 경찰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모로코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압데슬람은 당시 범행에 사용된 폴크스바겐 폴로 승용차를 벨기에에서 직접 빌렸고 3형제가 모두 이번 사건에 가담해 핵심 용의자로 꼽혔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19일 압데슬람 검거 후 공범 일당들이 유럽 내 은신처를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며 각국에 국경 검문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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