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여전히 뚜렷한 입장차를 내비쳤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88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냉전된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주의 관계를 이어가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진 바 있다.
두 정상은 2014년 12월 양국 국교정상화 이후 진행해온 정상화 추진 후속 작업들을 점검하고 양국 관계에서 풀어야 할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과거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쿠바의 수도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두 시간을 넘게 정상회담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바의 운명은 다른 나라가 아닌 쿠바인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과 쿠바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하며 미국의 장거리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아드가 2013년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까지 상어보호장치없이 해협을 횡단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며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두 사람은 현격한 입장차를 내보이기도 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을 해제하는 것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쿠바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불충분하다”라고 했다.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문제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봉쇄정책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조치는 종료될 것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금수조치는 미국과 쿠바인들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개방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오늘 정상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만일 정치범 명단을 제시한다면 나는 오늘 내 석방할 것이다. 우리는 인권을 수용한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시민사회·정치·경제·문화적 권리는 불가분하고 독립적이고 보편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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