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육상자위대 대원이다. 딸은 안보법이 시행되면 남편이 일을 그만뒀으면 하는데 그만두고 할 일이 없어서 걱정이다.”(58세 여성)
“남편과 안보법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위험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 법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30대 여성)
일본의 새로운 안보법 시행(29일)을 앞두고 현지 언론에 등장한 자위대 가족들의 발언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새 안보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 각지의 무력 분쟁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진 자위대원과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지토세(千歲市) 시의 30대 자위대원은 “새 임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소대장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정부가 안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설명하는 건 이상하다. 현장은 당연히 위험할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부 지역의 육상자위대 부대에 소속된 20대 대원은 “법 시행이 좋은지 나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위대원 일부에선 “각오하고 있다”,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일본노동변호단 등 일부 변호사 단체는 불안에 시달리는 자위대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해외 파견을 거절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자위대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방위대의 올해 졸업자 중 임관 거부자가 47명으로 지난해 25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안보법 시행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위대 지원자 수도 예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안보법이 충분한 호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본격 시행은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룰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하와이 인근에서 열리는 다국적 군사훈련 ‘림팩’(RIMPAC·환태평양연합훈련)에서 안보법 시행으로 가능해진 미군 군함 보호 등을 훈련 내용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난해 말 미국 측에 전했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자위대에 동맹국 무력 경호 임무를 새로 맡기는 것도 가을 이후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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