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역의 물과 토양이 그 지역 사람을 키운다’는 옛말이 있다. 쓰촨 지역 고유의 습한 기후가 쓰촨의 맛을 만들어 냈다. 쓰촨 사람들의 식탁에 가장 보편적인 음식을파오차이(泡菜·중국식 절임배추)라 한다면 쓰촨요리는 4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쓰촨요리’라고 하면 얼얼하고 매운 맛을 떠올릴 것이다. 볶음 요리도 그렇고 훠궈, 꼬치 요리도 맵고 얼얼하지 않으면 쓰촨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맵고 얼얼한 맛’으로만 쓰촨요리를 정의할 수 있을까?
중국 최고 요리장인이자 전 중국요리협회 회장인 쓰촨요리 대가 천보밍(陳伯明) 선생의 생각은 다르다. 전통 쓰촨 요리인 궁바오지딩(宮保鷄丁)의 경우 원래는 진득한 매운 맛과 쓴 맛이 어우러진 맛이었다. 궁바오지딩은 질긴 부위를 제거한 부드러운 닭다리 살을 센불에볶다가 백주를 부어 불맛을 첨가해 껍질을 바삭하게만든다.불을 끈 뒤 기름을 붓고 땅콩과 함께 볶는다. 불을 끈 후에 기름을 붓는 것은 기름의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는 것을 막아 땅콩의 부드러운 맛이 남아있도록하기 위함이다.
두반장에도 여러 맛이 있다. 1년 된 두반장은 훠궈의 재료를 볶는 용도로 가장 적합하다. 음식에 색과 윤기를 더해주며 적당히 맵다. 3년 된 두반장은 마파두부와 후이궈로우(回鍋肉)를 만들 때 쓴다. 누룩곰팡이가 분해과정을 거친 뒤여서 색이 약간 어둡고 중간 매운맛을 내며 감칠맛이 오래 가는 게 특징이다.
5∼7년 된 두반장은누룩곰팡이가 완전히 분해된 후여서 매우면서도 감미롭다. 소스처럼 걸쭉한 느낌이며, 깊은 향이 우러나와서 량펀(凉粉)을 만드는데 쓰인다. 쓰촨요리대가전통기예연구회(川菜老師傳統技藝硏習會)의 먀오칭위안 부회장은 탕추파이구(糖醋排骨·돼지갈비볶음)를 예로 들며 ‘쓰촨 요리는 전부 맵다’라는 말을 반박했다.
실제로 탕추파이구는 얼얼하지도 맵지도 않고 오히려 달달하지만 쓰촨 요리가 분명하다. 먀오 부회장은 “얼얼하고 맵고, 시큼하고, 달고, 짜고 매운 맛 모두가 현대 쓰촨 요리의 기본”이라며 “쓰촨 요리에는 산뜻하게 짠 맛(咸鮮), 진득하게 매운 맛(糊辣), 짭조름하고 매콤한 맛(魚香), 생강맛(姜汁), 시고 매운 맛(酸辣), 새콤달콤한 맛(糖醋), 향기롭고 달콤한 맛(甛香), 산초와 소금을 볶은 맛(椒鹽), 특이한 맛(怪味), 다진 마늘(蒜泥), 일반적인 맛(家常), 오향(五香), 훈제향(烟香), 향기로운 달콤한 맛(香糖), 산뜻한 쓴 맛(鮮苦)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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