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집권하면 취임 100일 내에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외교안보 정책에 이어 경제 정책에서도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 계층을 비롯해 주력 지지층의 경제적 불안감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2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취임하면 100일 내에 불합리한 무역협정을 개정하겠다. 이러면 19조 달러(약 2경1850조 원)의 미국 국가 부채를 8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거론하며 “왜 공화당이 지난해 TPP 처리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신속협상권을 부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잘못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는 거론하진 않았지만 평소 한반도에 적대적인 트럼프의 태도를 감안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트럼프의 재협상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은 산업이 발달한 부자 나라로 미국이 무역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해 왔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에 대해선 “극심한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주식을 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5%지만 국가 통계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실제는 이보다 훨씬 높은 20%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무역협정 개정 카드를 꺼낸 것은 중국 일본 인도 등과의 경제 전쟁에서 이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는 “대규모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 10%도 안 된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생긴다면 그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유럽 같은 해외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8년 안에 나랏빚을 모두 갚는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며 이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발언은 상식에도 반(反)하는 전망이라고 일축했다. WP도 “트럼프의 경제 관련 예측은 이전부터 종종 틀렸다”고 보도했다.
미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의 공동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3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인) 김정은 같다고 생각한다. 둘 다 광대(buffoon)이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허핑턴은 트럼프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해 7월 “트럼프의 선거 유세는 그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의 소식을 허핑턴포스트의 연예면에서 다루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트럼프 얘기를 연예 가십 기사 정도로만 다뤘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테러 직후 “당분간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허핑턴은 “트럼프는 미국 사회에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그와 관련된 뉴스를 정치면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허핑턴은 트럼프의 대선 후보 선출을 막기 위해 최근 트럼프 관련 모든 기사 말미에 “트럼프는 폭력을 조장하는 거짓말쟁이이며 외국인과 여성을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편집자 주(Editor‘s note)’를 넣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