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4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실무협의체 회의를 올해 4분기(10~12월) 중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FTA 실무협의체는 협상 재개를 선언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FTA 대상 품목 등에 대한 사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간 FTA 협의 개시와 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시 멕시코의지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4분기 중 실무협의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실무협의에서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마련하는 등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써 2008년 이후 중단된 한-멕시코 FTA 협상이 8년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한-멕시코 FTA를 통해 자동차 철강 전자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고관세 철폐, 투자자 보호 강화, 멕시코 조달시장 진출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8년 동안 멈춰 있는 양국 간 FTA 관련 협상 재개의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협상 재개 논의가 신속하게 진행될지는 TPP 발효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멕시코는 2007년 12월 FTA 협상을 시작했지만 2008년 6월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2012년 6월 당시 양국 정상은 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진행이 되지 않았다. 멕시코가 한국과의 FTA보다 TPP에 중점을 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FTA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은 미국 등 TPP 회원국의 비준 절차가 지연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멕시코는 한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중국 등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FTA를 통해 멕시코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TPP 가입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또 두 정상은 130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 사업 등 총 170억 달러(약 19조5500억 원) 규모의 멕시코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멕시코 정부는 5900억 달러(약 678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해각서(MOU) 34건을 체결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양국은 보건의료, 에너지산업,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8건의 MOU가 체결돼 원격의료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멕시코에 수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전자상거래 협력 MOU도 체결돼 양국 간 전자상거래 규모가 현재 연 1억4000만 달러에서 2018년 3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정상은 북핵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간 공조 강화,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협의체)를 통한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조속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양자적인 차원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멕시코 간 문화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날 멕시코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에 참석해 한류 지원 외교에 나섰다. 국기원의 정통 태권도 공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케이팝 공연 등이 진행되는 동안 3200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앞으로 한국문화를 더욱 사랑해 달라”며 스페인어로 “무차스 그라시아스, 아디오스(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녕)”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평가받는 국립인류학박물관도 방문했다. 양국 문화부는 영화 출판 문화산업 등의 정보 교환과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문화·창조사업 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의 문화적 역량을 산업 발전에 접목시켜 나가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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