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5일 국민의 사임 압력에 굴복해 전격 사임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세계 전현직 정상들의 세금 회피 내용을 담은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이후 사임한 첫 유명 인사가 됐다.
권뢰이그손 총리는 영국령 조세도피처 버진아일랜드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그는 “불법이 없었으므로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권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하루도 안돼 총리직을 내놓았다.
4일 저녁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국회 앞에서는 약 3만 명이 모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사진)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구가 33만 명인 아이슬란드에서 10%에 가까운 인원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리사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도 2만3000명이 서명했다. 총리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5일에도 열릴 예정이지만 그의 사임으로 시위가 계속 이어갈지는 미정이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아이슬란드 정부가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했는데 현 총리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들이 배신감에 떨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사크 폰세카의 내부자료 1150만 건을 분석해 4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 부부는 2007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를 세워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숨겨두고 탈세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현지 채널2TV 인터뷰에서 “조세 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 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지에 몰린 귄뢰이그손 총리는 5일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건의했다. 하지만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은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먼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총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귄뢰이그손 총리는 사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역외 계좌 3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바하마의 역외 기업에 아버지와 함께 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코르도바 지역방송에서 “1998년 브라질 투자를 위해 만든 회사지만 실제 투자한 적은 없고 2008년 회사를 청산했다”고 해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펀드회사를 파나마에 등록해 3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캐머런가(家)의 투자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총리실도 5일 배포한 이메일 성명서를 통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부인과 자녀들은 역외 자금을 갖고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캐머런 총리는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해 왔으며 다음 달 런던에서 국제 반(反)부패 회담을 개최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네덜란드 등의 세무당국은 조세 회피자들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법무부도 파나마 페이퍼스를 정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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