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부타돈(돼지고기덮밥)이 드디어 부활했습니다. 300엔(약 3200원)!”(요시노야·吉野家 TV광고)
일본 서민들이 즐겨 먹는 ‘규돈(쇠고기덮밥)’ 메이저 체인인 요시노야가 6일 돼지고기 메뉴를 다시 선보였다. 2011년 12월 메뉴가 사라졌을 때와 똑같은 가격이다. 쇠고기 메뉴보다 50∼80엔 싸다.
요시노야가 디플레이션의 상징으로 꼽혔던 ‘부타돈’을 4년 만에 다시 내놓은 것은 2014년 가격 인상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규돈 전문점들은 정부가 돈을 풀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쇠고기 수입 가격이 올랐다며 50∼100엔씩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 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비상카드를 꺼낸 것이다. 다른 규돈 전문점 스키야도 1월부터 일부 제품 값을 내렸다.
최근 일본에선 엔저와 경기회복 기대감에 가격을 올렸다가 이후 실적이 악화되자 저가 전략으로 유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엔고와 주가 하락으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의류회사인 유니클로는 2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300∼1000엔(약 3200∼1만600원) 인하했다. 유니클로는 2014, 2015년 잇달아 가격을 5∼10% 올렸다가 직격탄을 맞았다. 2016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순이익은 전년보다 45%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 당시 “품질 유지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사기 쉬운 가격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백기를 들었다.
일본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스카이락은 2월 메뉴를 개편하면서 499엔짜리 점심메뉴 등 중저가 메뉴를 대폭 보강했다. 음식 제조업체 시노자키야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아베노믹스 바람을 타고 고가품이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국산 팥을 쓰며 가격을 올렸지만 고객 수가 줄었다. 지갑은 상상 이상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최근 소비세를 포함해 108엔인 저가 메뉴를 늘렸다.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 덕에 기업 수익이 크게 늘었는데도 직원들의 임금 상승으로는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일본의 실질임금은 지난해 0.9% 감소했다. 4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인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일본을 찾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에게 “임금 인상이 더딘 것이 불가사의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잃어버린 20년’의 경험 때문에 소비세 인상이나 중국의 경기 부진 같은 소식이 들리면 바로 절약 모드로 돌아가는 성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달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만나 “소비세 인상의 영향이 왜 유럽보다 일본에서 큰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지난해 일본의 평균 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비지출의 비중)은 73.8%로 아베노믹스 이전인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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