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투하 71년만에… 조심스러운 헌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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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美국무 히로시마평화공원 방문… “과거 아닌 미래 위한 것” 사과 부정
日, 전범국보다 피해국 부각될 우려… G7 외교장관들 “북핵 규탄” 성명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현직 미 각료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1년 만이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케리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등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이날 오전 평화기념공원을 찾았다.

케리 장관은 “평화의 중요성,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강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앨 수 있기를 희망하는 순간”이라고 방문의 뜻을 설명했다. 또 기시다 일본 외상에게 “과거를 상기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이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시다 외상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역사적 한걸음”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케리 장관의 행보에 대한 미국 내 여론 향배에 따라 다음 달 26, 27일 일본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인 ‘평화헌법’ 개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G7 외교장관들은 이날 핵 군축과 핵무기 비확산 문제를 논의한 성과를 담은 ‘히로시마 선언문’과 의장성명 등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북한의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일, 3월 10일, 3월 18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악화되는 안보 환경이 핵무기 폐기 노력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원폭투하#헌화#존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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