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代打’ 간 보는 라이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NYT “공화 선거운동 본격 나설 채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맞설 대안으로 거론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사진)이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는 듯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공화당 지도부에선 트럼프가 경선에서 과반 대의원(1237명)을 얻지 못해 중재 전당대회가 열리면 라이언을 대타로 등장시킨다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이런 추측에 대해 그동안 “대선주자 명단에서 나를 빼 달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는 대선 캠페인으로 여길 행보를 할 만큼 기류가 심상찮다. 라이언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요즘 정치(Politics these days)’라는 43초 분량의 동영상을 게재하고 “진보와 보수가 주요 이슈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은 좋다. 그렇다면 누구 아이디어가 무슨 이유로 더 좋은지 한번 경쟁해 보자”고 말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을 주장하며 미국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은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다.

최근 연설에선 ‘확신에 찬 미국(Confident America)’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있다.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와 대조를 이룬다. 라이언은 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이스라엘 간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미국이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유대인 표심을 의식한 행보다.

NYT는 “(출마 여부가 불확실해) ‘신기루 대선주자’인 라이언이 의장직을 수행하며 동시에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팀 스콧 상원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은 정책 분야에서 선거 운동을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의 대선 캠페인이 7월 전당대회 직전으로 시간표가 맞춰져 있는 것도 라이언 대타 부상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무역협정 개정, 이민자 문제 등 주요 이슈별로 트럼프와 차별화되는 정책 대안을 마련했다가 중재 전당대회를 기다린다는 시나리오다. 공화당 거액 후원자이자 석유 재벌인 찰스 코크(81)가 트럼프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아닌 라이언 의장을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전략가인 알렉스 카스테야노스도 최근 칼럼에서 중재 전당대회를 통한 라이언의 후보자 지명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민자 문제에 대해 라이언은 “무슬림 입국 금지는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라며 이민자를 폭넓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전략실장을 지낸 피터 위너는 “라이언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공화당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스콘신 주 제인스빌에서 태어난 라이언은 16세 때 부친을 잃고 맥도널드 햄버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했다. 빼어난 외모를 보면 금수저 같지만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1998년 고향에서 하원의원에 당선하면서 내리 8선을 한 뒤 지난해 45세 최연소 미 하원의장이 됐다.

한편 트럼프는 9일 자신을 낙마시키려는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카드를 거듭 꺼냈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대선후보 자리를 훔치려 하고 있다”며 작가 앤 쿨터 등 지지자들이 트위터로 자기에게 보낸 글을 752만 명의 팔로어에게 리트윗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라이언#美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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