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조선적 재일동포에 ‘북한 가지 않겠다’ 서약서 강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3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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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출국하는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들에게 ‘북한에 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 조선적은 해방 후 일본에 남았지만 한국 또는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재일동포를 일컫는 말이다.

13일 도쿄신문과 재일동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은 2월부터 외국으로 출국하는 조선적 동포들에게 ‘북한에 가지 않겠다. 만약 북한을 방문한 것이 확인된 경우에는 재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채 출국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서명하지 않으면 출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조선적 동포에게만 서약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월 10일 발표한 대북 제재에서 일본에 사는 외국인 핵·미사일 기술자가 북한을 방문했을 경우 재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 일본 입국관리국은 “누가 핵·미사일 기술자인지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북한에 갈 가능성이 가장 큰 조선적 인사들에게 서명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적 중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쪽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여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지방자치단체에 조선학교 보조금 교부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법무성이 통계에서 한국 국적과 조선적을 분리 집계하기 시작한 것을 거론하며 “독자 제재 결정 이후 여러 분야에 걸친 ‘조선 때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적 소지자는 총련 조직이 쇠퇴하면서 숫자가 계속 줄고 있다. 특히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공식 인정한 이후 일본이나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는 동포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선적은 약 3만4000명이다. 재일동포 중 한국 국적은 약 45만7800명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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