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중국 개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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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독 부실로 투자 손실” 시위
조직화 움직임… 사회불만세력 부상

‘정부가 위험한 투자를 방치했다.’

‘부실 자산운용사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과 감독 강화를 외치는 조직적인 시위를 벌이며 중국 사회의 새로운 불만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교육비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본 ‘엄마 아빠 투자자’들이 중국 거리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하며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따지고 있다. 투자 위험은 생각지도 않고 고금리를 준다는 솔깃한 말에 넘어갔다가 원금을 날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부실 자산운용사들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주로 연 15∼18% 수준의 수익을 약속하며 돈을 끌어모은 뒤 고(高)위험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중국 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연평균 1.5%밖에 안 돼 돈을 굴리기가 마땅찮은 실정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국영방송에 꾸준히 광고하고 회사 창립 기념행사에 정부 당국자들을 초청해 위세를 과시했다.

차오궈준 씨(42)는 부인 등 가족 돈 20만 달러(약 2억2800만 원)를 ‘텅페이’란 자산운용사에 맡겼다가 모두 날렸다. 총 3만7000여 명의 투자자에게서 4억 달러(약 4560억 원)를 모았던 이 회사가 2014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는 “창립 기념행사에 지방정부 고위 공무원과 공산당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며 “이를 본 투자자들은 텅페이가 건실한 회사이고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지원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권에선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돈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조8000억 달러(약 32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책은커녕 소액 투자자들의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텅페이는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기 전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지방의 부실한 중소기업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고리대금 업체였다. 이후 정부에서 자산운용사 영업 허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텅페이에 12만 달러(약 1억3680만 원)를 투자했던 중국군 중령 출신인 궈보진 씨(72)는 “정부가 부실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면 도대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개미#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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