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티븐 호킹-러 부호 유리 밀너 “초소형 우주선 수천개, 이웃 항성계로 보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인류 최초 ‘항성간 여행’ 구상 발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恒星系)인 ‘알파 센타우리’에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 1000여 개를 보내는 야심만만한 우주탐사 계획이 추진된다. 영국의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富豪) 유리 밀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팀은 12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류 최초의 ‘항성 간 여행(interstellar travel)’ 구상을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 언론 등에 따르면 초소형 우주선들의 최종 목적지인 알파 센타우리는 태양계에서 4.37광년(光年·1초에 30만 km를 가는 빛이 1년간 가는 거리) 떨어진 곳에 있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우주선도 가 보지 못했다. 너무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영화 ‘스타트렉’이나 ‘트랜스포머’ 등에 알파 센타우리가 등장한다.

현존하는 최첨단 우주선으로 알파 센타우리에 가려면 3만 년이 걸린다. 하지만 호킹 박사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노크래프트’라는 휴대전화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을 보내면 20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우주선보다 무려 1000배나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술진은 CNN 인터뷰에서 현재 존재하는 기술과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될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당 무게가 몇 g에 불과한 초소형 우주선 ‘나노크래프트’는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을 비롯해 카메라, 전원 장치, 항법 및 통신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모선(母船)을 우주로 쏘아 올려 지구에서 약 100만 km 떨어진 곳에서 초소형 우주선들을 내려놓으면 돛이 펼쳐진다. 이후 지구에서 발사된 레이저 광선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광속의 5분의 1가량인 시속 1억6000만 km로 알파 센타우리를 향해 날아가게 된다. 마치 날개를 편 나비 떼가 날아가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1000개 이상의 초소형 우주선을 한꺼번에 보내는 것은 우주여행 도중에 우주 먼지에 부딪혀 파괴되는 등의 이유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SCMP는 초소형 우주선에 레이저 빔을 조사하기 위해선 높고 건조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중국 티베트가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천문관의 커우원(寇文) 고급공정사(엔지니어)는 “티베트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레이저 빔을 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라며 “티베트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이지만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을 건설 중인 중국 정부도 우주 탐험을 준비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에는 10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밀너는 초기 투자로 1억 달러(약 1140억 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 발사에서 알파 센타우리 도착까지 20년, 그리고 탐사 정보를 다시 지구에 보내는 데 4년 등 40여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 센타우리 탐사 계획이 발표된 12일은 옛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 우주 비행을 한 1961년 4월 12일로부터 55주년 되는 날이다. 러시아 부호 밀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5년 전 (러시아 출신) 가가린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다”며 “이제 우리는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도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지구는 멋진 곳이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며 “이르든 늦든 우리는 별들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 이사회에는 밀너와 호킹, 저커버그가 참여하며 이사장은 피트 워든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장이 맡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항성계#우주선#스티븐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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