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사진 속의 아프리카 청소년들은 대부분 앳된 얼굴이다. 밝게 웃는 얼굴도, 손을 흔들어 보이는 소년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이 청소년들은 모두 테러, 살인, 강도, 납치 등의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현상범들이다. 정확히는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동부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보코하람’의 핵심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들이다.
나이지리아 군 당국이 최근 제작해 동북 지역을 중심으로 배포하고 있는 이 보코하람 현상범 포스터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군 당국이 이 청소년들을 보코하람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 등과 함께 ‘죽여도 되는 현상범’으로 분류해 신고와 사살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보호 국제기구인 유니세프 나이지리아지부의 레이철 하비 씨는 “보코하람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들 중 대부분은 협박과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싸우고 있는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코하람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보코하람에 가담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압박하기 위해 가족과 친지들을 해치겠다고 위협하거나 이들의 집과 가게 등을 파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가담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죽이겠다고 직접 협박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청소년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코하람의 지하디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군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보코하람의 청소년 가담자들은 스스로 (테러와 폭력행위 등을) 주도하고 싸우는 방법도 안다”며 “모든 종류의 파괴를 불러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보코하람이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경우 모잠비크와 시에라리온 내전 등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소년병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코하람은 2014년 4월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보크 시의 중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큰 충격을 줬던 무장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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