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바나나’를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즈는 17일(현지시각) 1950년대 그로 미셸(Gros Michel) 품종 바나나를 멸종시킨 파나마병의 변종이 아시아에 이어 호주에서도 확산해 바나나 수출 사업이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파나마병은 푸사리움이라는 토양 곰팡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바나나 식물의 뿌리를 먼저 감염시키고 이후 식물체 전체로 확산해 결국 식물이 고사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파나마병으로 미셸종이 멸종되자 이를 대체해 등장한 바나나 종이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캐번디시’(Cavendish)라는 종이다.
그런데 이 캐번디시를 병들게 하는 신종 파나마병, TR4 곰팡이가 등장했다. TR4 곰팡이는 1990년 대만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대만에서 재배되던 바나나 70%는 이 곰팡이에 감염돼 잎이 갈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었다.
이 곰팡이는 독성이 매우 강해 뿌리를 시들게 하는 것은 물론, 신발의 흙으로도 운반돼 지금까지 축구경기장 2000개 이상의 바나나 농장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호주 북부 지방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TR4는 지난 3년간 중동, 아프리카, 호주 퀸즐랜드 등에도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유엔은 파나마병을 퇴치하기 위해 50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예방책은 없는 상태다.
유엔은 바나나 세계 수출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남미 지역에 TR4가 퍼지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미 지역으로 TR4가 퍼지면 세계 바나나 사업에 큰 타격을 줄 뿐더러 ‘캐번디시’ 종이 멸종될 수도 있기 때문. 캐번디시는 모두 씨앗이 없어 뿌리줄기를 잘라 번식시켜야 한다. 그렇다보니 전 세계 모든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한 개체인 셈이 돼 치명적인 질병 하나로 일시에 멸종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캐번디시를 대체할 품종이 없는 상태다.
이에 관계 당국은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하고 농장주들을 위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전염 신고를 하는 농장주에게 적절한 보장 시스템을 마련해 농장주의 자진 신고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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