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熊本) 일대에 14일부터 연쇄 지진이 일어난 지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피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8시 42분 규슈 북동부 오이타(大分) 현에선 규모 5.8의 강진이 또 발생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시 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이날 오후 11시까지 사망자는 43명, 생사 확인이 되지 않은 사람은 8명이다. 부상자 1055명 가운데 중상자는 204명이다. ○ “체력도 기력도 한계, 언제 돌아갈지”
최대 피해지인 마시키(益城) 정에서는 주민 3만 명 중 1만6000명이 10곳의 피난소에 나뉘어 수용돼 있다. 집이 무너졌거나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경우 혹은 교통 두절로 피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 등 사연은 제각각이다. 피난소는 발 디딜 틈도 없다. 피난민들은 “체력도 기력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물자 부족도 심각해 피난소 10곳 가운데 절반은 17일부터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주먹밥 하나 받는 데 1시간이 걸렸다. 기저귀, 우유도 없다. 4개월 된 아이에게 먹일 모유가 나오지 않는다”는 34세 여성의 호소를 전했다. 한 피난소에서는 17일 이재민들이 운동장에 철제 의자를 모아 ‘화장지, 물, 빵 SOS’라는 구호 요청 메시지를 만들어 구조헬기에 도움을 청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소(阿蘇) 시 피난소에 있던 77세 여성이 숨지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17일에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자도 발생했다. ○ 피해 확산으로 도시 기능 마비
구마모토 일대에선 27만 가구가 단수됐다. 3만5000가구가 정전됐고 10만여 가구의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현 내 유치원 및 초중학교의 60%가량인 450개 학교는 18일에 수업을 못 했다. 5층 청사가 사방으로 휘어진 우토(宇土) 시와 야쓰시로(八代) 시, 마시키 정 등 관공서도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자위대와 경찰은 이날도 16일 새벽 지진 이후 아직까지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9명에 대한 수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고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 생존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 단층 최대 3.5m 움직였다
도쿄신문은 이번 지진에 대해 △2개의 단층이 연동해 발생했고 △흔들림 횟수가 관측 이후 최다를 기록했으며 △단층이 활화산인 아소 산의 칼데라까지 도달하고 있어 화산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시다 아키오(吉田明夫) 시즈오카(靜岡)대 객원교수는 “14일의 규모 6.5 지진과 16일 7.3의 지진은 메커니즘이 다르다”며 “‘전진(前震)’과 ‘본진(本震)’ 관계가 아니라 독립된 활동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16일 이후 구마모토와 오이타 현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만 531회(18일 정오 현재)나 됐다. 아사히신문은 16일 강진으로 해당 단층이 길이 27km에 걸쳐 최대 3.5m 옆으로 움직였다는 일본 국토지리원의 설명을 전했다. ○ 그래도 이웃은 따뜻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 것을 비롯해 태국, 영국 등이 애도를 전해 왔다. 미국은 지진 피해 대응 활동에 미군을 투입할 예정이다. 대만은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저지른 난징(南京)대학살 피해자를 추모하는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은 15일 저녁 구마모토 현의 중일우호협회를 통해 지진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고 중국 관차저왕(觀察者網)이 18일 보도했다. 구마모토 현은 난징대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본군 제6사단이 있었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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