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차종 잘못된 방법으로 측정… 해당 차량 판매중단-보상 협의”
다른 차종도 조작 가능성 시사… 폴크스바겐 사태 이어 파장 확산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4개 차종 총 62만5000대의 연료소비효율을 조작해 정부에 신고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다른 차량도 국내법과 다른 시험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카와 데쓰로(相川哲郞) 사장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국토교통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 테스트 데이터에서 연비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한 부정한 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연비가 조작된 차는 2013년 6월부터 생산돼 미쓰비시 이름으로 팔린 ‘eK왜건’ ‘eK스페이스’ 15만7000대와 닛산자동차에 납품한 ‘데이즈’ ‘데이즈 룩스’ 46만8000대 등이다. 연비 조작 사실은 납품 모델의 연비가 표시된 것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닛산이 미쓰비시에 확인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나카오 류고(中尾龍吾) 부사장은 조작 경위에 대해 “사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부정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상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연비가 5∼10%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카와 사장은 “고객과 모든 주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해당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며 보상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 과정에서 다른 국내 판매 차량도 국내 법규가 정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시험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다른 차종에서도 광범위하게 연비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해외시장에 판매한 차량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미쓰비시가 과거에도 대규모 리콜로 이어질 결함을 두 차례나 은폐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1917년부터 자동차를 만든 100년 역사의 자동차회사다. 현대자동차가 1975년 국산차 1호인 ‘포니’를 생산할 때 기술을 전수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에 이은 마이너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2014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2조1800억 엔(약 22조7000억 원)에 이르고 전 세계에 종업원 3만여 명이 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로 반사 이익을 얻었던 일본자동차업계에서도 연비 조작 사건이 터져 미쓰비시뿐 아니라 일본차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미쓰비시자동차 주가는 연비 조작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이란 소식이 퍼지면서 전날보다 15.16% 떨어진 733엔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사라진 시가총액이 약 1조30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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