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밍보 편집국 고위간부 해고에 기자들 집단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17시 44분


홍콩 유력지 밍(明)보의 편집국 고위 간부가 20일 새벽 갑자기 해고당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항의 집회를 갖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장궈위안(姜國元) ‘집행 총편집(수석 편집부국장 격)’은 20일 새벽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경영 곤란으로 감원이 불가피하다. 이번 결정은 중톈상(重天祥) 총편집(편집국장)에 의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밍보 직원협회는 의견을 달리했기 때문에 징벌을 내린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 총편집은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친(親)중 성향이다.

특히 밍보는 장궈위안이 해고된 직후 배달된 20일자 1면과 4면에 홍콩과 마카오 정·재계 고위 인사들의 재산 해외도피 의혹을 다룬 특집기사를 실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인사 조치라고 BBC 중문판은 보도했다. 이 기사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로부터 입수한 조세회피 폭로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헨리 탕(唐英年)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과 폴 찬(陳茂波) 홍콩 발전국 국장, 홍콩 최대 부호(富豪) 리카싱(李嘉誠) 청쿵프라퍼티 홀딩스(長江實業地産) 회장 등이 조세 회피처 버진아일랜드에 역외기업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밍보직원협회의 해고 철회 요구에 대해 중 총편집은 “경비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편집국 기자 등 직원 100여 명은 20일부터 회사 벽면에 ‘부밍부바이(不明不白·이유를 알 수 없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시위를 벌였다. 홍콩기자협회 독립평론인협회 등 7개 언론 관련 단체도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장 집행 총편집은 ‘다궁(大公) 보’ ‘핑궈(蘋果)일보’를 포함해 30여년 경력의 언론인 경력으로 1992년부터 17년째 밍보에서 근무해왔다. 1959년 창간된 밍보는 1997년 홍콩 반환 후에도 중국을 비판하는 기사를 꿋꿋이 실어 홍콩 언론 중 신뢰도 1위 평가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기업인인 장샤오칭(張曉卿)가 소유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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