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세상 떠난 세계적 大문호… 대중인기는 온도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23일 400주기
“영화-뮤지컬 제작편수 20배差”… 스페인서도 셰익스피어 더 읽어

23일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서거 400주기가 되는 날이다. 세계적인 두 문호가 같은 날 나란히 숨진 점에 착안해 유네스코가 1995년부터 ‘세계 책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두 문호를 배출한 스페인과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올해 내내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럽문학을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천재 문인으로 평가받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인간 심리에 정통하면서도 시적 정취가 넘치는 대사로 정평이 나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최초의 근대적 소설일 뿐 아니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비롯한 100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1995년 조사)로 뽑힌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가에 대한 대중적 열기에선 차이가 존재한다. 영국문화원은 다양한 장르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개하는 ‘셰익스피어는 살아있다(Shakespeare Lives)’ 프로그램을 전 세계 5억 명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 문화부는 이런 야심 찬 행사는 엄두도 못 낸다.

영국 BBC는 최근 그 이면을 분석한 기사를 내놨다. 20세기 들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영화와 뮤지컬 같은 대중 장르로 1000편 넘게 제작된 반면 세르반테스의 작품은 돈키호테 한 작품만 50편 안팎으로 제작됐다. 셰익스피어가 공동창작 희곡까지 포함해 38편의 다작을 남긴 ‘여우’형 작가였다면 세르반테스는 1100쪽이 넘는 돈키호테 한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 ‘고슴도치’형 작가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사람이 돈키호테를 완독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용 문고판 돈키호테만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미친 기사’만 떠올렸다. 중세 기사도에 대한 풍자에서 시작해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역설적 위대함을 담아낸 이 작품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오히려 셰익스피어보다 세르반테스를 우위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BBC는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서거#40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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