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공약에 ‘주한미군 철수’까지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北 5차 핵실험 가능성 높아지는데… 美 정치권-행정부 엇갈린 목소리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잇따라 경고장을 날리고 있지만 미래 권력인 대선주자들은 한반도 정책을 놓고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70)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자신만의 브랜드로 내세우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이 일고 있다.

○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강력 시사


트럼프는 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가진 첫 외교정책 발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외교노선을 ‘아메리카 퍼스트’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비행기와 미사일, 선박 등에 수조 달러를 지출해 왔다. 우리로서는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압박을 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방위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및 핵우산 제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유세와 인터뷰 등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와 자체 핵무장 허용을 주장했지만 이날은 유력 대선주자의 공식적인 외교공약으로 발표한 것이어서 무게가 예전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매년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해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약 절반인 9200억 원을 내고 있다. 트럼프는 대북 문제에 대해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하는 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한반도 공약은 클린턴 전 장관(69)과는 180도 다르다. 두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맞붙으면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2009∼2013년)부터 공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해 왔다.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우리 자신과 동맹인 한국,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북한을 상대로 취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은 “트럼프가 동북아의 전략적 가치를 모른 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동맹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도 “트럼프의 한반도 인식을 보면 참담한 수준이며 50년 넘게 미 공화당 민주당이 견지해 온 현대사에 대한 지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트럼프는 노이즈 마케팅이나 특정 이슈의 반대편에 서서 주목을 끄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정책에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 오바마 행정부는 미군 증강 카드까지

미 정부에서는 사상 최강이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에도 불구하고 4개월 만에 추가 핵실험 협박을 하는 북한에 대해 경제·외교적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27일(현지 시간)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동북아 내 미군 증강 카드를 거론하고 중국의 대북제재 성실 이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11일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넘어서는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 정부 당국자가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시 한미일 3국은 군사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부장관은 증강 검토 대상이 괌 주둔 미군인지, 주한미군 또는 주일미군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싫어하겠지만 방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비춰 볼 때 중국과 인접한 동북아 지역 주둔 미군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경우 지난해 12년 만에 병력이 증강돼 2사단 예하 제210야전포병여단(화력여단)에 다연장로켓포(MLRS) 1개 대대가 증강 배치됐다.

블링컨 부장관은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해 “현재 이행과 불이행이 혼재된 상황”이라며 강력한 추가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미 정부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관련해 지금까지 중국의 제재 이행 참여를 비교적 높게 평가해 왔던 것과는 적잖이 다른 뉘앙스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북-중 간에 국경을 넘나드는 교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고 이 부분을 한국 일본 측과 함께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여부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른 만큼 제재 이행 노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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