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수언론도 사설 통해 반발
① 역사 반성하라 ② 中경제 쇠퇴론 퍼뜨리지 말라
③ 對中경협 추진하라 ④ 대항의식 버려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사진)이 지난달 30일 베이징(北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제시한 4개 항의 요구 사항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본 내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외교상 결례를 했다는 것이다.
2일 양국 언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가 끊임없이 삐걱대고 종종 골짜기로 떨어졌는데 그 원인은 일본 측이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4가지의 ‘희망과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첫 항목은 “역사를 직시·반성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는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정권을 지지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 대한 방향 전환 촉구로 풀이됐다. 둘째는 “중국 위협론 및 중국 경제 쇠퇴론을 퍼뜨리지 말라”다.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해양 진출을 비판해온 아베 총리를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경제 면에서 중국을 대등하게 취급하고 협력을 추진하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지막 항목인 “지역과 국제사회의 문제에서 중국에 대한 대항 의식을 버리라”는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이 불참한 것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기시다 외상이 지난달 30일 양국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유의미한 방문으로 양국 간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단서가 됐다”고 자평한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니혼게이자이는 “왕이 부장은 4시간 20분간의 회담에서 유창한 일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며 “기시다 외상에게 ‘당신이 진심과 성의를 갖고 중국에 온 것이라면 환영한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너무 나간 것으로 예의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논객인 사쿠라이 요시코 씨는 2일 산케이신문 1면 칼럼에서 왕 부장이 일방적으로 불손한 주장을 늘어놓는데도 기시다 외상은 “양국 외교장관의 왕래가 끊어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화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난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도 1일 사설에서 일중 관계 정체의 주된 요인은 일본이 아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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