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이 살길” 폐기 압박… 힐러리도 ‘표 의식’ 반대로 돌아서
오바마, WP기고 직접 대응나서
폐기 땐 가입 안한 한국엔 호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연일 보호무역만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라고 유권자들을 유혹하자 표를 의식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자유무역 기조를 무너뜨리는 발언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우리는 훨씬 풍족해질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의 기로에 섰다”며 대선을 앞두고 확산되는 반(反)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류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며 “TPP가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산업은 고관세와 무역장벽에 부딪히고 경쟁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비준 절차를 남겨둔 TPP는 일본 등 아태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자유무역협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TPP에 매달려왔다.
보호무역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펴는 트럼프는 TPP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조치’ ‘끔찍한 협상’ ‘재앙’으로 시종일관 비난해왔다.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를 매기고 중국과 멕시코 제품에 각각 45%와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클린턴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 TPP 추진 업무를 지휘했지만 대선 출마 선언 후 지난해 10월 PBS 인터뷰에서 “지금은 TPP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그는 “처음 TPP를 논의할 때 일자리 늘리기, 임금 상승, 국가안보 등에 모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는데 현재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클린턴의 말 바꾸기는 ‘표’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자유무역 지지 여론이 46%로 반대(30%)보다 높았지만 올 3월 경제전문방송 CNBC 조사에선 반대(48%)가 찬성(38%)보다 많았다. TPP가 표가 안 될 것으로 보이자 클린턴이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TPP가 지금 추진하는 대로 발효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TPP가 무효가 되거나 클린턴이 대권을 잡아도 핵심 조항 상당 부분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맞서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연말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아태지역 16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TPP가 안 되면 중국이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가능성이 높다. TPP가 폐기되면 비(非)참여국인 한국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내내 TPP에 목을 맨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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