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동법개정안 강행 처리 후폭풍…반대 시위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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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강행 처리에 맞서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친(親)기업적인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위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한 노동개혁이 의회 반대에 부딪히자 10일 헌법상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소속된 야당인 우파 공화당은 12일 “올랑드 대통령의 끔찍했던 5년 임기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이날 오후(한국시간 13일 새벽)에 진행된다.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575명 중 과반인 288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집권 사회당과 녹색당에서 대량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불신임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사회당 정부가 노동 시간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실업률이 계속 10% 이상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24%로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다. 하지만 해고는 어려워 현재 프랑스 신규 고용의 무려 80%가 3개월 이하 임시 계약직으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프랑스 미래에 더 위협적”이라고 말해왔다. 노동개혁 없이는 고(高)실업 저(低)성장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병(病)’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는 올랑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사회당의 상징이었던 ‘주 35시간 노동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법정 근로시간은 여전히 35시간이지만 노사가 협의를 통해 주당 46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하고 필요할 경우 최대 6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추가 근무수당도 종전에는 25% 더 얹어줘야 했지만 앞으로는 10% 이상만 주도록 바꿨다.

까다롭던 노동자 해고 요건도 크게 완화했다. 현재는 정규직을 해고하려면 장기간 법정공방을 벌여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 수주 감소 △새로운 경쟁·기술 변화 직면 △영업이익 감소 등의 사유로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툴루즈대(TSE) 교수는 노동법 개정안이 발표된 3월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약자들에게 임시계약직이 아닌 안정된 일자리 접근 기회를 확대해주는 진일보한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표결 없이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당인 사회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긴급명령권 발동을 통해 통과시켰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2일 “사회당이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점점 화해하기 힘든 두 편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당의 일부 의원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를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편 이날 의회 밖에서는 노동법 처리에 반발하는 수백 명의 학생과 노조 단체들이 올랑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7개 노동단체는 17일과 1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3월부터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노동자 권리가 19세기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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