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염두에 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먼저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구상을 제시했으나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해 4월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1941년 일본이 공습한 하와이 진주만에 들르는 안을 일본에 제시했다.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인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미국 내 반대론을 의식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 전쟁의 연장선에서 교환 조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지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측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지에 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며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로 와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일 정부는 이처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 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최근 확정되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행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주만에 가는 방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오이시 이타루(大石格) 편집위원은 15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은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 될지 모른다”며 아베 총리가 진주만행 발표를 서두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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