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위해 온 힘을 다해준 미군 병사들이 무거운 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른다는 식의 태도는 일본인으로서는 불명예스런 일입니다.”
탈(脫)원전 운동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17일 미국 칼스버드에서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구조작전에 참여했다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퇴역 미 해군들을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미 해군들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자력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타고 있다가 대재해가 발생하자 후쿠시마(福島) 앞바다에 투입돼 ‘도모다치(친구라는 뜻) 작전’이라는 구조작업을 했다.
문제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성물질의 위험성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아 작전에 참가했던 상당수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것이다. 이들은 2012년 12월 도쿄전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해군들은 약 400명이고 그 사이 백혈병과 종양 등으로 7명이 사망했다.
원고 측 요구에 따라 퇴역 군인 10여 명을 만난 고이즈미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증세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이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며 “나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기업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도움을 호소했다. 미 국방부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도모다치 작전에 참여한 해군들이 주장하는 신체적인 피해와 피폭간의 인과 관계를 부정했다.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는 2008년 정계를 은퇴했으며 동일본 대지진 후 탈 원전 운동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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