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노동운동가 필리프 마르티네즈는 정권을 무릎 꿇게 할 것인가, 프랑스를 멈춰 세울 것인가.”(일간 르피가로)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이 노동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정유공장 봉쇄와 대중교통 총파업을 주도하며 프랑스를 마비 직전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선 가장 큰 적수는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55).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CGT의 강경 파업을 이끌고 있는 그에 대해 “30여 년 전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와 맞서 싸웠다가 강경 노조 운동의 몰락을 가져왔던 아서 스카길 석탄노조위원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27일 전했다.
스카길은 1984∼85년 대처 총리의 노동개혁에 맞서 20만 명에 이르는 석탄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이끌어 ‘아서 왕’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러나 대처는 6개월분 이상의 석탄 재고를 비축하며 불법 파업에 대처했다. 1년여 만에 스카길 위원장의 굴복을 받아냈고 영국의 강성 노동운동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프랑스의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3월부터 ‘노동법개정안 철회’를 내걸고 모두 8차례나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노조는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투척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섰다. 최근에는 프랑스 전역의 정유공장, 유류저장소 봉쇄와 원자력발전소 파업, 지하철과 철도, 공항 파업 등으로 국가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노동법이 상원에서 처리될 예정인 다음 달 13일에도 대규모 전국 동시 파업을 예고했다. 다음 달 10일 개막하는 ‘유로 2016’ 경기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좌파정권에서 노조의 전국적 총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1948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의 캐릭터처럼 올라간 콧수염이 인상적인 마르티네즈는 1982년부터 르노자동차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해 왔으며 2015년 CGT 위원장에 취임했다. CGT는 1995년 자크 시라크 정부 시절 대규모 파업을 벌인 이후 20년 동안 대화와 타협을 위주로 한 노동운동으로 전환했지만 마르티네즈는 강경 노선으로 회귀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베르나르 고리오 앙제대 교수는 “마르티네즈가 다른 노조와의 차별성을 위한 파업과 봉쇄 시위로 프랑스의 노동운동을 20년 전으로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CGT의 강경 노동운동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일간 르파리지앵이 29일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마르티네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르파리지앵은 “마르티네즈의 강경 노선에 프랑스인들이 국가가 마비될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노동운동가들이 ‘올랑드=대처’라며 비판하는데 이는 오히려 칭찬에 가깝다”며 “올랑드 대통령이 영국과 같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성공할지, 프랑스의 강경 노동운동이 몰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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