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中 징용 피해자에 사죄-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3765명에 1800만원씩 지급 합의, 총 680억원… 전후 최대 규모 액수
한국인 배상 문제 다시 부각될 듯

일본의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으로 끌고 가 노역에 동원한 중국인 3700여 명에게 사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이 1일 보도했다.

미쓰비시는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생존 중국인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1인당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합의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중국인 강제연행과 관련해 일본 기업과 피해자가 합의서를 교환한 것은 처음이다. 미쓰비시 측은 사죄금 지급 대상이 3765명이라고 밝혀 합의금 총액은 약 680억 원에 이른다. 강제연행에 대한 합의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는 이 밖에 기념비 건설비 1억 엔, 유족 등의 조사비로 2억 엔을 지불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 대신 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측에 대한 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중국인 피해자들은 전시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해 왔으나 잇달아 패소했다. 일본 대법원은 2007년 4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포기됐다”고 판결했다.

이후 중국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2014년 2월 베이징 지방법원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미군 포로와 유족들에게 강제노동에 대해 사과했다. 8월에는 중국 피해자들에게도 1인당 10만 위안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부 피해자 단체들이 “성의가 없다”며 반대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모두 11건.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됐다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인은 20만 명이나 된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사과조차 않고 있다. ‘조선인 강제징용은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인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해석을 따른 것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쓰비시#강제징용#전후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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