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스위스 터널’ 개통식 참석… 유럽 북부∼남부 철도로 연결 축하
브렉시트 투표 앞둔 英에 ‘통합’ 압박
섬나라 영국은 유럽과 멀어지려 하지만 유럽 대륙은 뭉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요한 슈나이더아만 스위스 대통령이 1일 스위스에 모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GBT) 개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다.
17년 만에 완공된 스위스 GBT는 스위스 중남부 에르스트펠트와 보디오를 잇는 길이 57km 터널이다. 일본 세이칸 터널보다 3.1km,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보다 6.5km 긴 세계 최장의 철도 터널이다. 알프스 산맥 아래를 평지 높이의 직선거리로 뚫은 이 터널 덕분에 스위스 북부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지금보다 1시간 단축된 2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터널은 유럽 북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남부 이탈리아 제노바까지 잇는 철도의 중심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1882년 해발 2106m인 고트하르트에 처음 철도가 건설되면서 왕래가 어려웠던 알프스 산맥 주변 국가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진 것처럼 유럽인들은 GBT 개통의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에도 비중을 둔다. 23일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GBT가 유럽 대륙 통합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달 29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양국의 충돌로 30만 명이 죽은 ‘베르됭 전투 100주년’을 맞아 화합의 손을 맞잡은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다시 이번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것도 세계에 유럽 통합의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민족주의와 국경 폐쇄주의가 강회되고 있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GBT 개통을 계기로 아직도 대륙은 협력을 위해 장애물을 부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대륙에서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이탈리아 볼차노까지 이어지는 지하 55km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까지 이어지는 80km 지하터널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규모 터널 공사로 유럽 대륙의 국경은 약화되고 있지만 영국은 오히려 ‘브렉시트’로 분위기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영국 가디언 조사에서 처음으로 전화와 온라인 조사 모두 ‘EU 탈퇴’를 지지한 응답자(52%)가 ‘EU 잔류’를 희망한 응답자(48%)를 앞섰다. 5월 전화 조사 때는 EU 잔류를 희망한 지지율이 10%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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