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25일 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중심지 콴자이샹쯔(寬窄巷子)를 방문해 젠산수쥐(見山書局)라는 서점에서 쓰촨 출신 시인이자 작가인 류사허(流沙河)가 쓴 ‘옛 청두, 부용화의 한바탕 꿈(老成都·芙蓉秋夢)’을 구입했다.
많은 독자들이 총리가 구입한 책에 대해 궁금할 것이라 생각된다.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옛 청두에 대해서 쓰게 됐을까? 작가와 옛 청두는 어떤 깊은 인연이 있을까? 그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러저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화시두스보 기자는 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청두에 있는 한적한 주택가를 찾았다. 작가는 올해 85세로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청두의 역사, 지리, 문화에 대해 보통이 넘는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갖고 있었다.
글로 써내려 간 옛 청두 천년을 거슬러 청두의 곳곳을 담아내다
작가는 1931년 청두에 있는 충렬사 남쪽에서 태어났다. 그는 저서 머리말에서 ‘나는 청두에서 태어나 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청두에서 나왔다. 1949년 12월 동기들을 따라 해방군이 도시에 입성한 것을 환호할 때도 청두에 있었고, 청두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미 퇴직을 했다. 아직도 청두에 살고 있다’라고 적었다. 작가는 85년을 사는 동안 외적인 이유로 청두를 떠나있었던 몇 년 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청두에 있었기에 ‘뼛속까지 청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시로 유명했는데, 그의 작품은 중학교 어문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여 수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 말년에는 문자학에 지대한 관심을 느껴 한자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바이위제쯔(白魚解字), 제쯔이바이(解字一百), 정티쯔후이자(正體字回家) 등 문자학 관련 서적을 출판하였다. 이 때문에 ‘문자학의 셜록 홈스’라고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미 85세로 시력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으며, 작품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요즘은 청두의 한 신문사 소설 코너에 매주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저서 ‘옛 청두, 부용화의 한바탕 꿈’에서 작가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옛 청두에 대해 기술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30년대 옛 청두의 생활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예를 들면 청두의 첫 번째 사진관이라든지, 항일전쟁 시기에 청두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생활을 했는지 등을 책에 적었다. 작가는 청두에서 직접 군벌전쟁과 일제의 공격을 목격했으며, 학교를 따라 돌을 쌓아 공항을 만들었던 일, 항일전쟁이 끝나 동네 곳곳을 돌며 미친 듯 기뻐했던 일들을 겪었다. 작가는 기억 깊은 곳에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책에 묘사했는데 익숙한 거리와 골목,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 청두 현지인만이 알고 있는 일화들, 사연이 있는 옛 정원, 역사가 깃들여 있는 옛 성벽, 청두에서 가장 유명한 상업거리인 춘시루(春熙路)의 유래 등이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적어내려 간 그의 글에는 청두에 대한 정이 담겨 있다.
자신이 살면서 직접 겪은 옛 청두의 모습 외에도 작가는 역사서를 읽고 알게 된 ‘역사적으로 본 옛 청두’도 책에 담았다. 예를 들어, 천년 전, 왕건(王建) 전 시기, 촉나라 황제 맹창(孟昶) 후 촉나라 황제가 통치하던 청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명나라 말기 장헌충(張獻忠)이 어떻게 청두 사람들을 학살했는지 등등이다.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심오한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청두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시공을 초월하여 명확히 기술하여 단순한 흥밋거리를 쓴 것과는 구분 지었다. 천 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들고, 공간적으로는 청두의 구석구석을 담아내면서 작가는 옛 청두에 대한 깊고 끈끈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옛 청두…’는 작가가 2003년에 완성한 수필집이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이 수필집은 여러 출판사에 의해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리 총리가 구입한 판본은 충칭대출판사에서 2014년에 출판한 ‘라오청(老城)’ 시리즈 중 하나다. 작가는 이 책의 집필 과정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대략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생각하고 나니 써내려가기가 매우 순조로웠다며 “청두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기억을 떠올리니 세세한 것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해서 마치 어제 일어났던 일들 같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이 걸어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청두의 어린 소년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라고 탄식했다. 작가는 이러한 심정을 ‘옛 청두…’에서도 서술했는데 후촉(後蜀)시대 황제 맹창(孟昶)이 청두성(成都城)에 부용화를 심으라고 어명을 내린 후, 아침에는 꽃이 피고 저녁에는 꽃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가 눈 깜빡할 사이에 85세가 된 자신의 인생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옛 청두에 대한 이 책의 부제를 ‘부용화의 한바탕 꿈’이라고 붙였다.
고고학적으로 본 옛 청두 옛 성벽의 잔재와 사라진 개천을 찾다
작가의 청두 사랑은 단순히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그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 외에 옛 청두를 알기 위해 괄목할 만한 역사적 고증 작업을 직접 하고 있었다. 일례로 10여 년 전에 작가는 현지답사를 통해 청두의 동문과 남문의 성벽을 둘러싼 잔재를 발견했다. 그는 “그 잔재는 아주 일부분이었지만 명나라 시기 벽돌로 만들어졌으며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모두 도로에 가려져 있었지만 찾아냈다”고 했다. 진장(錦江) 구 정부에서는 작가를 찾아가 기념비를 적어 달라고 했고, 청두 시 진장 구 이름으로 비석을 세웠다. 비석에는 ‘이곳은 옛 청두의 동문 성벽과 남문 성벽이 이어지는 모서리 잔재’라고 적혀 있다.
작가가 또 대량의 문헌자료를 읽고 실제의 모습과 대조하는 과정에서 당대에 청두시를 흘렀으나 청대에는 소실된 강이 흘렀던 방향을 고증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 강은 청두성 안을 흐르고 있었는데 당대에는 매우 유명해서 제위시(解玉溪)라고 불렸다. 왜 제위시라고 불렀을까? 이 강 바닥에서 우수한 품질의 금강사가 나왔기 때문인데 금강사가 옥을 연마(제위·解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과거의 청두를 가보고 싶은 열망을 ‘만약에 시간터널이 있어 고대 청두로 통한다면 현란한 등불의 거리가 순식간에 달 밝고 별이 드문드문 빛났던 1000년 전의 제위시로 바뀌고, 벽 너머 승려들이 밤에 불경을 읽는 소리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매력에 빠져 그곳에 남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묘사했다.
옛 청두 사랑에는 고향과 미식, 기후를 빼 놓을 수 없어
류 작가는 어렸을 때 살던 청두를 떠올리면 여러 가지 재밌고 잊지 못할 추억들이 떠오르고, 매우 행복했었다며 “청두의 역사, 문화, 청두에 대한 전통 시(詩)와 사(詞), 이 모두가 내가 청두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했다.
작가는 한 지역에 대해서 이렇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이 혀끝에서 오는 미각 등 신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 자신이 청두의 미식을 혀끝에서부터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청두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미식이 많이 있다. 파오장더우(泡강豆), 겨울철에 먹는 사오차이(燒菜), 봄에 먹는 거우더야얼(狗地芽兒), 페이펀탸오(配粉條) 등 정말 맛있는 음식이 많다. 그리고 파오칭차이(泡靑菜)는 청두에서만 맛볼 수 있다. 나는 청두의 날씨도 좋아한다. 베이징의 겨울처럼 너무 춥지 않고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평생 청두에서 산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작가는 옛 청두에 대해 역사, 지리, 일화, 거리의 유래 등 다방면에서 다양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 ‘옛 청두…’는 7만 자로 구성된 책으로, 작가가 알고 있는 옛 청두의 일부분이 담겨 있다. 전문적으로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작가이자 시인이지만 작가는 청두 역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이렇듯 성공적으로 고증을 해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바로 청두를 사랑하는 마음과 지식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부터 나오는 것으로 “한 도시의 옛 모습을 알고 싶은데,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은 스스로 고증을 했으며 이 일을 하는 것이 흥미롭고 즐거웠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다 알아야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있으며, 역사는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키워야 하고, 겸손하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교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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