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고객정보 몰래 활용한 의혹”
30년간 비밀투자… 수십억달러 수익, “상호 정보유출 차단” 해명 불구
‘이해상충’ 규정 위반 가능성 커… 국내서도 ‘컨설팅社 펀드운영’은
‘내부정보 이용’ 해당 법적 불가능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팅 그룹 맥킨지가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사설 투자회사를 비밀리에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금의 절반은 맥킨지 임직원들의 연금 투자용이었고 나머지는 과거 맥킨지에 근무했던 전직 실세들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객 기업으로부터 얻은 내밀한 영업 비밀을 소수 임원들의 돈벌이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맥킨지가 자산 규모 95억 달러(약 11조2600억 원)에 이르는 ‘맥킨지투자사무실파트너스(MIO)’라는 사설투자회사를 1985년부터 운용해 왔다고 폭로했다.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MIO는 맥킨지 컨설팅 부문 선임파트너와 자문위원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감독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맥킨지의 미국 대표와 에너지, 투자은행, 사모투자 부문 대표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MIO는 이들의 이름과 역할, 약력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MIO의 존재와 운용 상황은 맥킨지의 전현직 파트너들 중 소수만 알고 있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30년 넘게 수십억 달러의 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MIO가 운용하는 대표적 헤지펀드인 ‘컴퍼스스페셜시추에이션스펀드’의 2014년 수익률은 14%나 됐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 3%와 비교하면 5배나 된다. 이 펀드는 지난 25년간 한 해만 빼고 모두 수익을 냈다. 유일하게 수익을 못 낸 때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09년뿐이었다. 전체 직원이 80명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에 필적하는 실적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컨설팅 업체가 고객 기업의 정보를 다른 돈벌이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이해상충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MIO는 “이사회는 투자 결정을 부서에 전적으로 위임했다”고 해명했다. 맥킨지도 “MIO와 맥킨지컨설팅 사업의 상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사무실과 정보기술(IT) 시스템도 달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오나 체르니아스카 소스글로벌리서치 대표는 “내부 투자 펀드의 규모를 고려할 때 맥킨지의 투자 전략과 고객의 수요 사이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T는 MIO가 맥킨지를 거쳐 재계, 금융계, 관계로 진출한 ‘맥킨지 동문(McKinsey Alumni)’ 네트워크 관리에 이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MIO의 운용 자산 95억 달러 중 50억 달러는 맥킨지의 연금 투자액이고 나머지 45억 달러는 외부 파트너들이 투자했다. 이 파트너들이 맥킨지 동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맥킨지 동문으로는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최고경영자(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티잔 티암 크레디스위스 CEO, 존 맬런 리버티 글로벌 회장, 노먼 블랙웰 로이드 뱅킹 그룹 회장, 이언 데이비스 롤스로이스 회장, 샬럿 호그 영국 중앙은행 COO 같은 거물이 수두룩하다.
국내에서도 경영 컨설팅 회사나 회계법인이 펀드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부 정보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경영 컨설팅 회사나 회계법인과 연결된 펀드가 운영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심지어 같은 회사 내 경영 컨설팅 부문과 회계 부문 사이에도 방화벽(firewall)이 쳐져 정보 공유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1926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맥킨지가 세운 경영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 전 세계 56개국 99개 사무소에 9000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근무하고 있다.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고객일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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