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75% 삭감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버버리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시장의 판매량이 경기 침체와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로 인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버버리는 이날 2015~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베일리 CEO에게 190만 파운드(약 32억5000만 원)를 연봉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직전 회계연도에 750만 파운드(약 128억3000만 원)를 받았던 것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FT는 베일리 CEO의 기본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과급이 전액 삭감되면서 연봉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버버리 보수책정위원회는 “지난해는 명품업계에게 험난한 해였다”며 “주요 경영진이 실적 목표 달성에 실패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최고 11%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은 0.6% 감소해 6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버버리의 이익은 7% 감소했고 주가는 35%나 급락했다. 버버리는 지난 4월부터 인력 감원 및 매장 수 축소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영업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CEO들의 과도한 연봉에 주주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회사 BP, 앵글로아메리칸, 스탠더드차터드, 씨티그룹, 르노 등도 주주들의 항의에 CEO 연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세계 최대 광고업체인 WPP에서도 마틴 소렐 CEO의 연봉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렐 CEO는 지난해 1억200만 달러(약 1210억 원)를 벌어 직원 평균 임금의 1444배에 이르는 고액 연봉을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