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기관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
“본인 줄기세포 사용 때보다 치료기간-비용 크게 줄어들 것”
일본 연구진이 타인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든 망막 세포를 실명 위기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연구를 세계 처음으로 한다. iPS세포란 피부에서 떼어낸 체세포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로 만든 것으로 ‘차세대 만능치료제’로 불린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교토대 등 4개 기관은 전날 고베(神戶)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타인의 iPS세포로 만든 망막 세포를 시야가 휘어지는 ‘삼출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연구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연구에는 2012년 iPS세포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도 참여한다. 일본 신문들은 야마나카 교수와 RIKEN이 손잡은 ‘드림팀’의 줄기세포 임상연구 계획을 1면에 싣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RIKEN은 2014년 세계 최초로 iPS세포 이식에 성공한 연구소다.
RIKEN 등은 2014년 9월 삼출성 황반변성이라는 망막 질환으로 실명 직전이었던 70대 여성에게 환자 자신의 피부 세포에서 만든 iPS세포를 이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환자는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았고 실명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두 번째 시술 예정이던 iPS세포의 경우 복수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서 암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시술이 미뤄졌다.
연구진은 환자 본인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iPS세포를 사용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환자 본인의 세포를 사용할 경우에는 배양 및 검사에 11개월이나 걸리고 비용도 건당 1억 엔(약 10억9000만 원)이나 든다. 반면 타인의 체세포를 이용할 경우에는 미리 iPS세포를 만들어 놓을 수 있어 기간이 1개월로 단축되고 비용도 5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일본은 야마나카 교수가 2006년 처음으로 iPS세포를 만든 이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4년에는 재생의료법을 만들어 iPS세포 등을 이용한 재생의료 분야 신약을 안전성만 확인하면 조기에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상용화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켰다.
일본이 iPS세포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과 미국은 수정란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동률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정부 측에 불임시술 뒤 남는 비동결 난자 사용을 요청했으나 허가를 못 받고 있다”며 “일본과 기술적 수준은 비슷하지만 이런 제한 때문에 앞서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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