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여름 인턴채용에 전세계서 25만명 지원자 몰려
정시퇴근 보장-안식년제 도입… 근무환경 개선으로 인재 U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뉴욕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두뇌 유출(Brain Drain)’이라 불릴 만큼 우수 인재 유지와 신규 인재 수혈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우 금융위기 전인 2006년엔 졸업생의 31%가 금융 분야로, 10%만 정보기술(IT) 분야로 갔는데 2014년엔 금융 10%, IT 28%로 역전됐다. 경영학석사(MBA) 학위 소지자 중 금융전공자도 급감했다. 2008∼2014년 하버드대 MBA에선 52.1%가, 컬럼비아대 MBA에선 45.6%가 감소했다. 우수 인재들이 월가보다 실리콘밸리를 선호하는 이른바 ‘서부 골드러시’ 현상은 지난해 대형 은행 모건스탠리의 루스 포랫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거액의 연봉(4년간 7100만 달러·약 845억 원)을 받고 구글로 옮기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대표적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여름 인턴 및 신규 애널리스트 채용에 전 세계에서 25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며 “월가의 두뇌 유출 우려가 다소 과장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 22만3849명이 대학 재학생이고, 3만452명이 MBA 출신이다. 골드만삭스는 “2012년과 비교할 때 대학 재학생은 46%, MBA 출신은 15% 증가했다”며 “이 중 몇 %를 뽑을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JP모건의 경우 북미지역 투자은행 부문에 100명 모집에 8000명이 넘게 지원해 8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금융위기 전의 지원자 규모인 6000명보다 2000명 늘어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지원자 100명당 3명꼴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합격률이 3%에 불과할 만큼 지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도이체방크도 “지난해보다 인턴 지원자가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가 채용 시장의 이런 열기는 대형 은행들의 변신 노력이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월가는 우수 두뇌들이 숨 막히는 워커홀릭(일 중독자)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직원 친화적인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것을 보며 자극받았다. 월가 관계자들은 “최고의 직장으로 평가받는 구글을 따라가려고 은행들이 일과 중 개인시간 보장, 금요일 정시 퇴근, 안식년제 도입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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