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절 이집트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조 원이 넘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 전직 감사원장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反)부패기구 수장(首長)인 감사원장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그를 법정에까지 세우면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부패 척결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올해 3월 해임된 히샴 제네이나 전 감사원장은 7일 카이로 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신들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열린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이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요구하면서 21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진두지휘했던 제네이나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 일간지 알 윰 알 사비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한 해에만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6000억 이집트파운드(약 78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면서 1년이 아닌 4년에 걸친 비용이라고 정정했다.
조사에 나선 대통령실은 제네이나 전 원장이 외세의 도움을 받아 국민을 오도했다고 결론 내렸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이집트 기획부와 유엔개발계획이 의뢰한 보고서에 근거한 수치라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시 대통령은 결국 3월 말 제네이나 당시 원장을 돌연 해임한 뒤 검찰에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제네이나 원장과 가족의 휴대전화를 몰수하고 집 앞에 사복경찰을 배치해 방문객을 막았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시시 대통령이 국가 안정이란 미명 아래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는 정치적 이유로 시작됐고 시시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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