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앞장 선 이집트 전 감사원장 법정에…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22시 32분


현직 시절 이집트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조 원이 넘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 전직 감사원장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反)부패기구 수장(首長)인 감사원장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그를 법정에까지 세우면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부패 척결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올해 3월 해임된 히샴 제네이나 전 감사원장은 7일 카이로 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신들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열린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이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요구하면서 21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진두지휘했던 제네이나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 일간지 알 윰 알 사비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한 해에만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6000억 이집트파운드(약 78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면서 1년이 아닌 4년에 걸친 비용이라고 정정했다.

조사에 나선 대통령실은 제네이나 전 원장이 외세의 도움을 받아 국민을 오도했다고 결론 내렸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이집트 기획부와 유엔개발계획이 의뢰한 보고서에 근거한 수치라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시 대통령은 결국 3월 말 제네이나 당시 원장을 돌연 해임한 뒤 검찰에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제네이나 원장과 가족의 휴대전화를 몰수하고 집 앞에 사복경찰을 배치해 방문객을 막았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시시 대통령이 국가 안정이란 미명 아래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는 정치적 이유로 시작됐고 시시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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