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성폭행 발생 상위 10곳 중 3곳이 아이비리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브라운大 43건 등 年 수십건씩 신고
주로 지방소도시-사교클럽서 발생… 학교측 소극적 처벌 논란도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지역 8개 명문대)도 여학생 성폭행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학교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의식을 잃은 20대 회사원 여성을 캠퍼스 안에서 성폭행해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스탠퍼드대 학생 수영선수 사건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명문대에서 해마다 크고 작은 교내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 2월에는 유튜브 등에 자신의 아버지를 뉴욕의 성공한 외식사업가로 소개한 코넬대 학생 울프강 밸린저(21)가 사교클럽 파티 중 술에 취한 여학생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체포됐다. 밸린저는 코넬대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사교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브라운대 사교클럽 파티에서 술에 약을 타 여학생을 잠들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터졌다. 학교 측은 가담 학생들을 소극적으로 조사해 빈축을 샀다. 성폭행 시도 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브라운대 학교법인의 고위층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까지 벌어졌다.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는 지난해 5월 졸업을 앞둔 여대생이 기숙사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을 징계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교내에서 자신이 성폭행당한 침대 매트리스를 들고 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이 여대생은 성폭행당한 뒤 드러난 자신의 사적 공간과 인생의 무거운 짐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매트리스를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9일 워싱턴포스트(WP)가 2014년 연방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폭행 사건 발생 상위 10개 대학 가운데 3개 대학이 아이비리그였다. 하버드대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스탠퍼드대와 리버럴아츠칼리지(소수 정예의 문리대)인 웨슬리언대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성폭행 사건 발생 상위권에 오른 미 명문대 중에는 특히 지방의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이 많다. 성폭행 발생 장소가 대부분 사교클럽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비슷한 전공과 배경을 지닌 학생들끼리 대형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교클럽은 유대감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어 미 대학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사교클럽은 다양한 문화와 활동을 접할 수 있는 대도시에 위치한 학교보다는 소도시 대학에서 인기를 끈다.

하지만 사교클럽은 부모와 교수들의 통제 밖에 있어 △성폭행 △마약 △폭력 같은 캠퍼스 내 범죄의 온상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또 공부보다는 단순 친교를 강조하고 ‘비(非)멤버 학생’들에겐 배타적인 편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투자회사 직원 이모 씨는 “학생들은 유명 사교클럽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이를 과시하려 한다”며 “클럽 가입을 위한 축하연이나 파티 과정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폭력 등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이비리그#미국#명문대#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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