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의 첫 방문국인 에티오피아의 볼레 국제공항에 내렸다. 공항 청사 밖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바로 옆 건설 현장에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라는 로고가 크게 눈에 띄었다. 공항 확장 공사를 이 회사가 맡은 것이다.
이곳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방문한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의 거리에서 중국 건설업체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전자기업 화웨이의 간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동안 외신을 통해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붐 소식을 접한 적은 있지만 눈으로 보니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만 6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은 460여 명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나 인구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중국과 한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문제는 한국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인식이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고속성장의 상징이고 발전의 롤 모델로 여겨지기도 해서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한국의 발전을 부러워하며 “우리도 같은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인들이 한국을 살갑게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에티오피아의 한 교민은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서 “그런데 정작 한국은 별로 해주는 것이 없고 오히려 적군으로 싸웠던 중국은 이것저것 지어주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특별연설을 한 에티오피아의 아프리카연합(AU) 건물도 2001년 중국이 지어 기증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아프리카를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경제대국들도 아프리카를 블루오션으로 생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가 다른 국가들만큼 아프리카에 물질적 지원을 하기 어렵다면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상생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방문했던 프랑스 파리의 국제대학촌 같은 모델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 정부가 다국적 기숙사인 국제대학촌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프랑스도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1920년대였다. 현재 140여 개 국가 1만20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을 싼 가격에 이용하며 공부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곳을 거쳐 간 유학생들이 자국에 돌아가면 프랑스에 우호적인 인사가 된다”며 “프랑스로서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해외에서 해답을 찾아야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준비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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