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 선거캠페인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은 이런 문구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을 환영하는 문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의 선거캠페인 홈페이지와 유튜브 동영상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특유의 단호하면서도 감성 어린 화법으로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지난 임기를 통해 대통령 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클린턴보다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며 “나는 클린턴 편(I am with her)”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은 대통령 직을 잘 해낼 수 있는 용기와 열정,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그와 20여 차례 토론했던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판단력과 결단력, 강인함, 그리고 미국의 가치에 대한 헌신을 지켜볼 수 있었다”며 클린턴의 국정 경험을 높이 샀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해외순방에 나서거나 자신과 2011년 5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봤던 상황도 회고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는 뚜렷이 차별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지지 선언에 이어 15일에는 대표적 경합 주로 꼽히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위스콘신 주를 찾아가 클린턴 지지 유세에 직접 나선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경선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만나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에게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샌더스는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재앙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며 조만간 클린턴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치 아픈 경쟁 상대였던 샌더스가 협력을 약속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지지 선언까지 얻어내면서 클린턴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클린턴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 전부를 얻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여러 해에 걸쳐 격렬한 경쟁자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지지도 잇따랐다. ‘진보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클린턴을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도록 진심을 다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는 시기 문제였을 뿐 예정됐던 것인 만큼 ‘이메일 스캔들’로 위기를 겪고 있는 클린턴의 지지율이 얼마나 반등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10일 공개된 폭스뉴스의 본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2%, 트럼프는 39%로 두 사람의 차이가 3%포인트에 불과했다.
또 샌더스의 열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클린턴에게 반감을 갖고 있어 샌더스 하차 시 무당파나 심지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월가 은행 해체’ ‘대학 등록금 면제’ 등 샌더스의 진보적 공약을 클린턴이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많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