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랜도 나이트클럽 무차별 총격
FBI ‘외로운 늑대 범행’에 무게… 범인은 아프간계 美시민권자
인질극 벌이다 경찰 총격에 사망
“바에서 술을 주문하고 있는데 총성이 끊임없이 들렸다. (돌아보니) 피범벅 된 사람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달아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유명한 게이 전용 클럽 ‘펄스’에서 총성이 들린 건 12일 오전 2시경이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한 남성이 소총과 권총 등을 들고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당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총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범인에게 인질로 잡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범인이 소총, 권총, 폭발성 물질 등 다양한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발적인 총기 난사와는 다른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P통신은 FBI 대변인을 인용해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플로리다 주의 포트피어스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인 오마르 마틴(30)이라고 밝혔다. 마틴의 부모는 모두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범인이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치밀한 계획 아래 벌어진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사고 현장의 목격자인 제이버 안토네티 씨는 현지 신문 올랜도 센티널에 “클럽 뒤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최소 40번은 총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길 건너 상점에서 일하던 호세 토레스 씨는 CNN 인터뷰에서 “총소리를 듣고 다급히 숨었다. 비명과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올랜도 경찰은 범인이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펄스 클럽 총기 난사 사건의 처참한 모습을 전하는 글과 사진이 계속 올라왔다. 부상자들이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 치료받는 사진들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클럽에서 빠져나온 사람들과 현지 언론사 기자들은 “올랜도 펄스 클럽에서 무장 범인이 인질을 잡고 있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펄스 클럽도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두 밖으로 나가 도망쳐라”라는 글을 게시했다.
경찰은 첫 총격이 발생한 지 3시간 뒤인 오전 5시경 특수기동대(SWAT)를 투입했다. 범인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통제된 상태’의 폭발물을 터뜨렸고, 범인이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인질 30여 명을 구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이번 사건 직후 “우리 사회는 강하다. 우리는 서로 도와 이 사건을 극복해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올랜도에서는 이틀 전인 10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크리스티나 그리미(22)가 사인회 도중 한 남성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세 남성 케빈 제임스 로이블이 그리미를 총으로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총기 사건에 지역 사회는 비탄에 빠진 상태다. 올랜도 경찰은 이번 나이트클럽 사건과 그리미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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