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슬람·동성애·총기… 美 뇌관 터뜨린 反인륜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0시 00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12일 새벽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총기난사로 103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된 범인 오마르 마틴은 범행 직전 한국의 119 격인 911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서약을 했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다. IS는 자신들과 연관이 없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범행을 독려하기 위해 911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충성맹세를 공표하기만 하면 IS의 테러로 인정해 준다. 평소 조울증세가 있고 동성애를 혐오했다는 그가 어떤 동기로 범행을 자행했건, 무고한 시민을 살상한 반(反)인륜적 범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이번 테러는 동성애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이슬람권에선 동성애를 도덕적 일탈을 넘어 중대한 범죄로 보는 경향이 있다. 2001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9·11테러 충격이 가시지 않은 미국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다시 불붙고 성적(性的) 소수자와 총기 규제 문제를 놓고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11월 미 대선에도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러를 막기 위해 무슬림 입국 금지, 미국 내 무슬림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공약해 국제적 물의를 일으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테러 예방에 실패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며 자기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이슬람 관련 언급을 삼간 채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히며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이번 테러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리더십이 미국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 세계가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같은 총기 소유가 불가능하지만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터뜨리는 ‘외로운 늑대’에 대한 대비는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하다. 미국이 이번 참사에 결코 굴하지 말고 다양한 인종과 종교, 가치 등을 포용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미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게이클럽#총기난사#총기 테러사건#오마르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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