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놓고… IS “처형감” vs 이슬람 “죄악이지만 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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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상 최악 총기테러]
IS, 건물서 떨어뜨려 살해하기도… 주류 이슬람 “폭력은 정당화 안돼”
각국서 性소수자들 연대 움직임… 교황청 “증오심에 공포와 규탄”

올랜도 총기테러범 오마르 마틴(30)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틴이 IS처럼 동성애 등 성소수자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S는 2014년 국가를 선포한 뒤 ‘(이슬람 경전) 꾸란에 따른 형벌 해설’을 통해 동성애를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규정했다. 지난해 이라크 모술 점령 1주년을 자축하며 만든 홍보 동영상에선 동성애자를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6월이 성소수자 ‘인권의 달’이고, 사건 장소인 동성애자 클럽 ‘펄스’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 중이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26일은 지난해 미 연방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마틴이) 동성애 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은 상식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동성애를 범죄로 본다. 꾸란에는 남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남성을 지적하는 구절이 있다. 꾸란 등이 지목한 간음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공개적 성행위 등 문란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슬람 계파들은 동성애를 대체로 죄악시한다.

12일 국제레즈비언게이협회(ILG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수단 등 12개 국가에선 동성애자를 최고 사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최근 이슬람협력기구(OIC) 51개 회원국은 8, 9일 유엔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관련 회의에 앞서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 권리 옹호 11개 단체의 참석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 이슬람교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고 있으나 동성애자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IS처럼 동성애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마틴과 가족들이 다녔던 이슬람사원 ‘포트피어스 이슬람센터’의 이슬람 성직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 누구도, 어떤 단체도 끔찍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 권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사무국장은 이번 참사를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극단주의적 행위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로 크게 위축된 성소수자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현하는 움직임도 있다.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날 미국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발상지인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게이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모였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100여 명이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교황청과 각국 정상들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감을 보였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살인의 어리석음과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우리 모두는 깊은 공포와 규탄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트위터에 “우리의 마음은 미국의 형제들과 함께 있다”고 적었다. 마틴의 부모 출신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그 무엇도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테러를 규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올랜도총기테러#동성애자#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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