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생일축하 행사 비용 놓고… “일회성 행사에 과소비” 비판 쇄도
경기 침체에 왕실비리 직격탄… 일부선 군주제 폐지 여론까지
11일 영국 버킹엄 궁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0세 생일 축하 행사 때 많은 시민들은 축하 노래를 부르며 여왕과 왕실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행사 불이 꺼지면 냉혹한 비용 정산 절차가 남아 있다.
영국 북아일랜드 지방의 현지 신문인 데리 저널에 따르면 4월 북아일랜드의 코즈웨이 의회가 여왕 생일 행사 예산을 2만5000파운드(약 4163만 원)로 책정하자 ‘일회성 행사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완전한 망신거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덴마크 왕실도 지난해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75번째 생일 행사를 치르면서 쓴 비용이 580만 크로네(약 10억2921만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라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유럽 왕실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다. 경기 침체와 왕실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여론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됐다.
덴마크 왕실 대변인 레네 발레뷔는 지난달 31일 “왕세손 중 프레데리크 왕세자의 아들 크리스티안 왕세손만 국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손주 8명 중 7명이 더 이상 국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린 결정이다. 여왕의 차남 요아킴 왕자의 18세 맏아들 생일이 다가오자 집권 여당이 나서 “이대로 가면 몇 세대 안에 수백 명의 왕자와 공주가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며 연봉 제한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회계가 점점 투명해지면서 감춰둔 돈들이 드러나 왕실이 더 곤혹스러워졌다. 노르웨이 왕실은 지난해 예산이 2억3222만 크로네(약 329억6026만 원)라고 발표했지만 언론은 왕실의 요트 정비, 해외여행, 개인 군대에 쓰는 돈을 국방부, 외교부, 지방정부 예산에 몰래 숨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두 합치면 왕실 예산이 4억6000만 크로네(약 652억8780만 원)에 달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최근 스스로 회계장부 공개를 결정한 스페인 펠리페 6세 왕은 지난달 9일 교육부 장관과 스페인 중부의 고속도로변에 있는 허름한 식당을 예고 없이 방문해 11유로(약 1만4500원)짜리 세트 메뉴를 시켜 먹었다. 펠리페 왕이 종종 서민 식당을 깜짝 방문하는 것은 왕실 재정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스페인은 부친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재정 낭비와 누나 크리스티나 공주의 탈세 혐의로 군주제 폐지 여론까지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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